자꾸 미루는 심리와 벗어나는 방법, 게으름 탓만은 아니더라고요
미루는 버릇 직접 고쳐봤어요 - 시작 5분이 달라지더라고요
해야 할 일 앞에서 일단 휴대폰부터 켜는 편이세요? 저도 그랬는데, 자꾸 미루는 심리를 찾아보고 시작하는 방식을 바꿔보니 꽤 달라지더라고요.
미루는 건 게으름이라기보다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는 쪽에 가깝다는 연구가 꽤 있어요. 쉽게 말하면 청구서 봉투를 뜯지 않고 서랍에 넣어두는 것과 비슷한 셈인데, 봉투를 안 뜯는다고 금액이 사라지진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하거든요.
이 글에서는 Piers Steel(2007)의 메타분석 등을 바탕으로 미루는 이유를 풀어보고, 제가 직접 써본 방법 4가지와 다시 미뤘을 때의 대처까지 정리해 볼게요.
습관 만드는 이야기는 이전 글(자기관리의 시작, 습관 만들기)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시작 직전의 마음에만 집중할게요.
솔직히 저는 보고서 파일만 열어두고 두 시간을 보낸 날이 있어요. 그날 저녁에는 미룬 것보다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이 더 힘들었거든요. 그 자책이 오히려 다음 날 시작을 더 무겁게 만들더라고요.
자꾸 미루는 심리, 게으름보다 감정 회피에 가까워요
자꾸 미루는 심리의 한가운데에는 의지 부족보다 '이 일을 하면 불편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Piers Steel(2007)의 메타분석(여러 연구 결과를 모아 다시 분석하는 방법)은 691개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과제가 싫거나 지루할수록, 마감이 멀수록, 스스로 해낼 자신이 없을수록, 충동적일수록 미루는 경향과 강하게 연결됐다고 보고했어요. 오히려 신경성(불안하고 예민한 성향)이나 반항성은 연결이 약했다는 점이 의외였는데, 불안이 많은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던 저한테는 꽤 뜻밖이었거든요.
Steel은 미루기를 '더 나빠질 걸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일을 늦추는 것'으로 봐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따져 의도적으로 뒤로 돌리는 건 결이 다르다는 얘기가 되는데, 쉬기로 한 날까지 미루기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저는 이 구분이 은근히 위로가 됐어요.
같은 논문에서 소개한 기존 조사로는 대학생의 80~95%가 미루는 경험을 하고, 일반 성인 중에서는 15~20% 정도가 만성적으로 미룬다고 해요. 대학생 위주의 수치라 그대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열 명 중 한두 명은 만성적으로 겪는다고 보면 나만 유난한 건 아닌 셈이죠.
여기에 Sirois와 Pychyl(2013)은 미루기를 '지금의 기분부터 달래려는 선택'으로 설명해요. 해야 할 일이 불안이나 지루함을 불러오면 그 일을 잠깐 피해서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부담은 미래의 나에게 넘기는 구조라는 건데, 그러니까 미루는 순간에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주인공인 셈이에요.
저도 돌아보니 대충 해도 되는 일은 바로 끝내면서 잘 해내야 하는 일 앞에서만 멈칫하더라고요(이게 좀 아이러니해요). 감정관리 쪽에서 보면 중요한 일일수록 '잘 못하면 어쩌지' 하는 감정이 커지니까 더 피하게 되는 걸지도 몰라요.
미루는 이유부터 가려야 방법이 맞아요
자꾸 미루게 되는 이유가 저마다 달라서, 맞는 방법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내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 가려보는 게 좋아요.
저는 미루는 순간에 '지금 뭐가 제일 싫지?'를 한 줄로 적어봤는데, 처음엔 대부분 '귀찮아'라고만 나왔어요. 근데요, 한 번 더 파고들면 '못하는 게 들킬까 봐',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같은 말이 나오더라고요. 아래 표에서 내가 자주 걸리는 칸이 어디인지 보면 방향이 잡힙니다.
| 구분 | 미룰 때 드는 생각 | 먼저 건드릴 부분 |
|---|---|---|
| 과제가 싫을 때 | '너무 지루하고 하기 싫어' | 일을 잘게 쪼개고 끝난 뒤 보상 붙이기 |
| 자신이 없을 때 | '잘 못하는 게 티 나겠지' | 완성본 대신 엉망 초안으로 시작하기 |
| 마감이 멀 때 | '아직 시간 있으니까 이따가' | 마감을 오늘 안으로 당겨오기 |
| 충동·산만할 때 | '잠깐만 폰 보고 시작해야지' | 방해 요소를 시작 전에 치워두기 |
※ Steel(2007) 메타분석에서 강한 예측 요인으로 보고된 과제 혐오·낮은 자기효능감·마감까지의 거리·충동성을 일상 장면으로 풀어본 것이며, 개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혹시 지금 이 글도 나중에 읽으려고 열어둔 건 아니죠? (저는 이런 글을 저장만 해두고 안 읽은 적이 많아서요.)
하나 더 가려둘 게 있어요. 힘든 시기에 일시적으로 미루는 것(상태)과, 오래 비슷한 패턴으로 일상이 흔들릴 만큼 이어지는 것(지속되는 성향)은 접근이 달라요. 후자인데 집중이 계속 안 되거나 의욕이 한참 떨어진 느낌이 이어진다면, 의지 문제로 몰아가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서 확인해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저는 자료를 찾아 정리한 비전문가라서, 이 글이 그런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직접 해본 미루기 탈출 방법 4가지
저한테 맞았던 방법을 네 가지로 추렸는데, 다 할 필요는 없고 위 표에서 내 칸에 맞는 것만 골라 쓰셔도 돼요. 해야 할 일 시작하기 싫을 때 한 가지만 꺼내 써도 충분하더라고요.
지금 뭐가 싫은지 이름부터 붙이기
시작이 안 될 때 저는 일을 건드리기 전에 마음부터 살펴봐요. 불안한 건지, 지루한 건지, 자신이 없는 건지 이름만 붙여보는 건데, '발표 자료 열기 싫다'에서 시작해 내려가 보니 자료가 아니라 질문받고 막힐까 봐 무서웠던 거더라고요. 미루는 행동이 기분 달래기라는 걸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폰으로 가는 손이 조금 느려졌어요. 해결책이라기보다 감정관리의 브레이크에 가까운 방법이에요.
첫 시작은 일부러 엉망으로
자신이 없을 때 제일 잘 먹혔던 건 완성본이 아니라 최악의 초안을 5분만 쓰는 거였어요. 자기효능감(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낮을수록 미루기 쉽다는 Steel의 결과를 떠올려 보면, 필요한 건 잘하는 시작이 아니라 쉬운 시작인 셈이거든요. 타이머를 5분에 맞추고 맞춤법도 문장도 포기한 채 써 내려가면, 5분이 지나서도 손이 안 멈추는 날이 꽤 있었어요.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 날은 5분만 하고 닫았는데, 그래도 시작은 했다는 기록이 남아서 다음 날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마감을 오늘 안으로 당겨오기
마감이 멀수록 미루기 쉽다는 건 Steel과 König(2006)의 시간 동기 이론으로도 설명되는데, 쉽게 말하면 한 달 뒤의 이득이 오늘 밤 야식보다 힘이 약하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저는 가짜 마감을 만들어 봤어요. 이번 주 마감이라면 오늘 저녁 9시까지 목차만 끝낸다고 정하고, 친구한테 '9시에 사진 보낼게' 하고 말해두는 식이에요. 솔직히 처음엔 좀 유치하다 싶었는데, 누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폰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미룬 날의 자책 줄이기
그리고 이게 은근히 제일 어려웠는데, 미룬 날 저를 몰아붙이는 걸 줄이는 일이었어요. Wohl, Pychyl, Bennett(2010)의 연구에서는 첫 시험공부를 미룬 걸 스스로 용서한 대학생들이 다음 시험공부를 덜 미뤘다고 보고했어요. 자책이 동기를 키울 거라는 생각과 반대라서 반신반의했는데, 저도 '또 미뤘네, 괜찮아, 지금 5분만' 하고 말해주는 날이 오히려 다시 앉기 쉽더라고요. 다만 용서가 미뤄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라서, 다음 행동을 바로 하나 정하는 것까지 한 세트로 해요.
네 가지를 써보며 느낀 건, 전부 일을 잘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시작 문턱을 낮추는 방법이라는 점이었어요. 잘 해내는 건 시작한 다음의 문제거든요.
더 알아보고 싶다면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Steel(2007), Psychological Bulletin
- Wiley - Sirois & Pychyl(2013),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 Elsevier - Wohl, Pychyl & Bennett(2010),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그래도 또 미룬 날엔 다시 앉는 속도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방법을 알아도 미루는 날은 또 와요. 저도 이 글을 쓰기 전에 하루를 통으로 미뤘거든요. 다만 하루를 날린 건 버스를 한 대 놓친 정도라서, 자책하며 정류장에 서 있기보다 다음 버스에 올라타는 편이 훨씬 빨라요. 돌아보니 가장 달라진 건 미루는 횟수보다 미룬 뒤의 기분이었어요. 같은 하루를 날려도 자책으로 밤을 보내는 날이 줄었고, 다시 앉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조금씩 짧아졌더라고요.
이 글의 네 가지 방법은 상황마다 맞는 칸이 달라서 한 번에 다 적용하기보다 하나씩 써보는 게 현실적이에요. 새로운 연구나 자료를 보게 되면 미루는 이유 표 부분도 같이 업데이트해 둘게요. 또 시작이 안 되는 날 다시 꺼내 볼 수 있게, 이 글은 시작 직전 체크용으로 저장해 두시면 편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미루는 순간에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뭐예요? 저는 폰이었는데, 댓글로 알려주시면 다른 분들 방법도 궁금해서 읽어볼게요.
※ 본 게시글은 정보 제공 및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니,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인용한 연구 중 일부는 대학생 대상 연구라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